코리안 에어 비빔밥

코리안 에어 비빔밥 최용완 01.08.08 굶주림에 눈물 섞여먹던 지난날 맨밥에 김치 참기름 그리웠었다 창밖에 뜬구름 집 떠나 흘러가고 맴 돌던 긴 세월 이제는 하늘을 나는 비좁은 의자에 앉아 부끄러움 없이 내놓은 비빔밥상을 받는다 쌀밥에 나물 양념 섞어서 나무젓가락 휘저어 어머니 손맛 가득 숟가락에 입맛 나는 안성맞춤 한 끼 배고픈 여행 길 웃음에 고추장 매운맛 눈물이 솟는다 거침없이 섞여 앉은 황 백 흑 낯선 얼굴들 머릿속에 가득한 아이디어들을 데이터베이스에 얼버무려 양볼...

한 사람 무게

한 사람 무게 최용완 08.27.08 한 사람을 어깨 위에 얹고 여러 사람 무게가 몰려다닌다 시간에 쫓겨서 하루를 높이 쌓고 마을 복판 비탈길을 쏜살같이 내려간다 진땀 뻘뻘 흘리며 힘과 돈에 끌려 손짓 발짓 따라 경치 바꾸어 간다 발로 눌러 기름 부으면 여러 사람 먹을 밥이 탄다 검은 연기 풀어 어두워지기 전에 사람들 허겁지겁 맨발로 뛰어 한 사람 뜻대로 하루를...

버팀목

버팀목 최용완 12.11.11 바람에 뿌리 흔들리는 날 의지한 몸은 넘어지지 않는다 산이 무너져 바위 뒹구는 어려움에 시들며 마르는 나를 세워주고 폐를 끼치는 마음 고개 숙이면 얼굴 마주 보는 상냥한 웃음 측은한 눈빛으로 내 주위 돌본다 몸 한 조각으로 손에 들려 태어나 마음은 저 푸른 하늘 안에 몸은 이 어려운 땅에 놓여 하나로 의지하고 살아가는 동안 끝까지 한목숨 버티어주는 그 품에 안겨 고개...

숨소리

숨소리 최용완 07.07.12 마셨다 내뱉는 바람 한 사발 바쁘게 가쁘면 큰 사발 누어 쉬면 반 사발 간난 아기 호롱불 깜박이는 들숨날숨 맑은 날 웃음소리 흐린 날 흐느끼는 소리 추운 날 호호 부는 입김 소리 화나면 울컥 목매인 소리 남이 보지 못하게 고요히 헐떡이는 뜨거운 바람 볼을 비비며 품어 나누는 숨결 소리 더워도 식어도 지금 옆에 있어주고 마지막까지 함께 가는 목숨의 발걸음 소리...

사람은

사람은 최용완 02.12.12 사람은 살아있는 풀 나무 짐승 새들을 잡아먹고 산과 들을 먹어치우는 무서운 짐승이다 사람은 서로 미워하고 질투하고 죽이고 살리는 전쟁으로 씨족을 말리는 사나운 괴물이다 사람은 돌아서면 잊어버리고 어리고 약한 것을 긍휼히 여기어 새끼들을 길러 내는 인자한 목숨이다 사람은 믿고 의지하여 바람과 별들을 사랑하는 해와 달의 자식 하늘의 가족이다 사람은...

점 하나 줄 하나

점 하나 줄 하나 최용완 08.21.11 지금 이른 이곳 땅끝 한 모퉁이 홀로 앉은 어느 하루 어미 몸속 벌레 모습에서 탯줄 끊겨 밖에 나와 소리쳐 울고 사람으로 자라면서 한 아름 내 세상 만들어가는 줄 하나 만드는 점 하나 이제 돌아서면 영원히 놓쳐버리는 시간 속에 내 안에 넘치던 세월도 내 우주도 사라져만 가는 마냥 작은 흔적 연약한 줄 끝에 촛불 밝은 동안 두 손 꼭 붙들고 무릎 꿇어 내일을 기다리는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