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 한 마리

물과 불이 겨루는 반대편엔
얼음 바다 제 것인 양
수평선에 떠가는 하얀 눈덩이
거대한 몸집은 아랫물에 누이고
얼굴만 내밀어 하늘을 숨 쉰다

한때 지구가 잠든 사이
식은 몸 덮어 주었던 흰 이불
깨어날 때 산산이 조각나서
껍질만 흩어져 훌러가는
수만 년의 세월을 물에 띄우고
한 꿈으로 떠가는 장엄한 얼음 조각

햇볕이 끌어안을 적마다
살짝 기우는 듯 고드름 눈썹 내리고
얼음 동굴은 바다 깊게 푸르러
적막이 깔린 차가운 숨결

한숨 쉬어가는 펭귄 한 마리
햇살 나누는 반짝 웃음으로
지구 끝 함께 떠가는 하얀 빙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