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나니 도끼
최용완 05.10.06
죄와 벌이 떼를 지어 몰려다니는
시냇물 산바람 묶여 가는 길에
북 치며 징소리 크게 울려
탈을 쓰고 춤을 추며 죄인을 웃긴다
웃음 뒤에 울음이 길게 뒤를 따라
구경꾼들 모여들어 넋을 내려놓고
한순간 숨죽여 지켜보는 눈망울들
주문 읊는 목이 쉰 마지막 한마디에
침묵하는 하늘 향해 도끼 높이 들어
얼굴들은 저 허공으로 잠시 고개 돌린다
번뜩이는 도끼날에 토막 나는 죄와 벌
하늘과 땅이 끊겨서 흙 위에 뒹굴었다
남기고 간 소리 떨리는 메아리는
죄 없는 죄 모양 울려가서
망나니 도끼는 세월마다 춤을 추고
끝없는 악(惡)의 길 고개를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