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목에 서서

최용완 12.12.11

사람이나 짐승이나 몸에서 나와 살다가

흙으로 돌아가는 동안은

굽이굽이 험하고 아득한 길이지만

나름대로 모르는 남을 만나 이웃이 되고

함께 가는 중에 짧은 웃음과 긴 눈물을 짓는다

만남의 설렘과 헤어짐의 두려움이 따르지만

그 중에 꼭 맞는 짝이 있어

함께 삶을 만들고 또 다른 목숨도 시작한다

그 새로운 여정은 또 하나의 세상이기에 이제는

왜 내가 여기 왔는지 떠나야 하는지 생각하게 되고

헤어지기 전에 더불어 가는 모든 이들 위해

뭣하나 새롭고 귀한 것 남겨주려 한다

주어진 길을 한발 한발 다듬어 가는 동안

지난 길에 버려진 쓰레기에서 희망을 찾고

어제 보지 못한 문을 열어 함께 달려 나가

고통을 행복으로 바꾸는 빛을 찾아 갈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