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숨긴 열매

꽃을 숨긴 열매
최용완 11.25.07

잠든 사이 홀로 피고지는 무화과 꽃은
거울 안에 얼굴을 보고 또 보고
숨긴 꽃 얼마나 곱게 가꾸었는지
그토록 오래 기다렸는지

낮에는 말짱 시치미 떼고
아무 일 없는 듯 지내던 어느 날
물오른 가지에서 새 가지 솟아나는
속살 찢는 아픔에 새벽이슬
담뿍 눈물을 쏟았던 거야

달의 얼굴 열 번 바뀌어
새 가지에 새끼 치는 밤
옆구리 갈비뼈 사이로 나오는 아픔을
숨죽여 신음하며 처음 열매 태어났지
샛별처럼 반짝 웃는 아기 끌어안고
하얀 젖 국물을 숨도 쉬지 않고 먹는
한평생 다해 으뜸으로 행복하였지

겨울이 오기 전에 잎이 지기 전에
무럭무럭 자라서 떠나야 하는 내 핏줄

늦여름 하늘 새들이 날아오는 하늘을 보며
나무는 가슴 아리는 눈물을 짓고
꽃도 씨알도 안으로 감추어진 불쌍한 목숨
산 넘고 물 건너 기름진 흙에 내려
배고픈 해거리 살아갈 거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