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잔

찻잔

최용완 08.30.12

한평생 다진 도공 손끝에
흙 한 줌 골라 반죽 빚어진 인연

빙글빙글 돌아가는 물레에 감겨
어지러운 세상 처음 겪어 보고

젖은 첫사랑 붓끝에
하늘 사철 꽃 빛깔 그려넣어
붉은 해 이글이글 끓는 불길

무르익은 마음 달구어진 몸매
흠도 티도 없는 고운 삶

잎 향기 이는 맑은 물 끓여
엄지 집게손가락 살며시 붙들면
한 모금 지그시 눈 감아 맛보는

입술 끝에 닿아 얼굴 붉히며
나누는 이야기에 정드는 친구
웃음 짓고 눈물 흘린 손자국은
한순간에 감기는 한평생 숨결

계절의 흐름이 잔에 넘치어
깨어져 흙에 묻히려던 일기장
고물상 선반 위에 화려한 찻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