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원 공작(孔雀)
식물원 공작孔雀
최용완
찻길 담 넘어 가지 위에 앉아 밤을 지새우고
새벽을 부르는 수컷들의 요란한 노래
꿈에 본 짝의 이름 외쳐보는 건가
온갖 세상너머로 제 것 찾아 날아다니다가
옮겨다 심은 나무들 틈에 날개를 접고
태양을 떠난 서러움을 잊지 못해
비좁은 삶 속에 한 가닥 기쁨을 끌어안는다
짝을 맞아 부채 꽁지 꽃무늬 크게 펴서
여왕이 누울 화려한 침대를 꾸민다
짙은 파란색 기다란 목을 아래로 굽히고
몸통 흔들어 몸꼴 부리면
들에서 뽑혀와 이름표 달고 둘러선 잡초들
활짝 핀 꽃잎의 웃음소리
화사하게 가꾼 얼굴 즐거운 듯 사이좋게 지낸다
모두 함께 나누는 담장 안에 가두어진 하루
빛 고운 꼬리 무늬 뒤에 가리고
오늘의 꽃 시들기 전에 마저 한번 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