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좋은 씨앗

사라진 좋은 씨앗
최용완 10.26.07

수컷은 한때 싸움장이었다
뿔 세운 소싸움 발톱 내민 닭싸움
암컷이 훌륭한 새끼 낳겠다고
주문했기 때문이다

꺼지려는 불씨 좋은 씨앗 받으려고
끝까지 일어서는 수컷은 왕관을 쓰고
황홀한 왕비들과 바람피웠지요
여왕개미 물오른 잔칫날
혼을 바쳐 끝까지 날아올라
마지막 좋은 씨앗
하늘 높은 암컷 몸에 심어주고
충성한 목숨 위해 축배 하던
그런 좋은 때도 있었고요

낙엽지는 목숨들 바람에 불려가고
강물에 떠오는 새싹들
병사들 몰고 궁녀들을 데리고
제 땅 넓게 장엄한 왕조를 이어왔데요

어느 날 도덕이라는 굴레 씌운 그날부터
뿔 뾰족하고 발톱 사나운 수컷
꽃밭에 나비처럼 아내와 사이좋게 지내요

하지만 보름달 뜨는 밤이면
가끔 사내의 속마음은
좋은 씨앗 남겨주던 수컷 왕의 옛 동네 찾아
병사들 거느리고 싸움하러
아내 잠든 사이에 다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