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궁이 불꽃
아궁이 불꽃
최용완 03.19.09
무쇠솥에 장작불 때던 어릴 적
어머니는 편지들을 태우며 울고 계셨다
엄마 없이 하루도 살 수 없던 내가
어느덧 엄마 마음 보게 된 날이었다
불빛에 눈물방울마다 잠긴 사연
자욱한 부엌 연기에 흘러내리고
배고픈 밥 냄새가 추억을 감싸 안고
거울 안에 간직해온 보석상자의 편지들
첫 가슴 부풀어 두근거리던 처녀 적 수줍음에
해어지면 죽는 듯 애절했던 얼굴들
조용히 주고받은 이야기와 웃음들
밥 짓는 솥 아래서 검은 숯으로
파닥파닥 불꽃 지피고 있었다
못내 아쉬워 뒤돌아 손짓하며 떠나가는
손글씨 쓰인 엄마의 꿈이 불길에
굴뚝 끝에서 저녁연기는
흰 구름 따라 사라져간다
버려야만 간직할 수 있는 슬픈
삶의 길목에서 한번은
엄마만이 해낼 수 있는 앞날을 위해
꽃무늬 속옷을 갈아입으셨다
불기운에 마른 한 방울까지 아무도 모르는 듯
솥에서 포동포동 살찐 주걱으로 밥을 퍼서
그 날밤 아빠와 아이들에게 저녁상을 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