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원래 사이트에서 비공개였던 글입니다.
시월의 단풍 화사한 계곡 너머로
하늘을 찌르는 만물상 봉우리들
태평양 건너서 찾아온 우리를 보고
두 팔 흔들어 환영했다
준엄한 비로봉은 어딘가에 가렸고
동해 해금강도 수줍어 멀리 숨어보였지만
귀면암은 걸어 올라온 우리를 끌어안고 노래도 불렀다
바위에서 떨어지는 약수만큼 맑은 게울 물 함께
흐르는 바람은 절벽에 깊이 새겨진 큰 글씨들을 피해갔다
전깃불 자주 꺼지는 호텔에서 갓 따 온 미역국 저녁을 먹고
창밖에 별들과 함께 꿈을 꾸는 초롱초롱한 하늘
잡힐 듯 가까워진 하룻밤을 길게 지새웠다
해어지는 길 아쉬움 쓰려 내리는데
어께 쳐진 관광버스에 한 남한동포는 술에 취해
유행가 부르는 동안 창 옆 철조망 저편에
바람 헐렁이는 군복 여윈 인민군은 홀로 서 있었다
어둔 시간이 멈춰선 계곡에
가슴을 치는 바위의 침묵
참고 견디는 수만 명의 희생이 밝게 열리는 날 있다고
투덜대며 끌려가는 엔진 소리는 아리고 눈물겨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