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캐니언

그랜드 캐니언
최용완 09.22.11

벌거벗은 태양의 아들
팔다리 펴고 적막한 광야에 누워있다

내려오는 길에 땅껍질 깨어져
천둥 번개 폭포 고원을 흔들고
거친 산줄기 뒤집혀 아래로 뻗은 계곡
천길 바닥에 하늘 조각 흐른다

햇빛과 짙은 그늘 십억 년 마주 보는
지구 속살 불거져 가로막은 절벽에
하늘과 땅 더불어 기적을 뚫는다
에메랄드 빛바랜 코로라도 강 물결에
전설되어 흐르는 원주민 마을의 늙은 한

핏물 젖은 흙 층층이 쌓인 기암절벽 발끝에
늑대와 춤추는 인디언 북소리가
흥망의 세월 돌아와 맥박을 울린다

보름달 함께 뜨는 횃불 춤 노랫소리에
바위틈에 자라난 등골 굽은 고목이
하얀 달을 보고 활시위 당긴다

(74세 되는 날에 나에게 주는 선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