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리에 이삿짐
빈자리에 이삿짐
최용완 03.22.11
나무는 제자리를 선택하지 안 했다
나무들 사이에 이삿짐을 풀게 되었다
그냥 작은 그늘 모퉁이에 둥지 튼 새집
동녘에 아침 얼굴 내밀어 저녁까지
빛을 찾아 서쪽으로 서쪽으로 달려가는
가는 길을 애꿎게 만들어 주는 그늘
이유 없이 듬뿍 양지 부어주는 이웃
용서와 보복으로 갈등의 소용돌이
저주는 축복으로 원망은 사랑으로
작은 햇살이 잎사귀 손뼉에 찾아 내리듯
만남이 축복 이였다고 말해주는 이웃
오늘이 있게 되어 고맙다고 들려주는 이웃
남들이 이사 올 자리에 값을 물며 지내다
내 것은 없고 얼기설기 어우러져 살다가
빈 마음에 빈 몸이 얹혀 떠나고 나면
빈자리에 이제 갓 이삿짐 푸는 나무가
오늘부터 새 삶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