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 위에 칼

도마 위에 칼
최용완

돌멩이와 나무 작대기 들고 싸워서
들 곡식 산짐승들 거둬오던 날에
아기 울음은 끼니를 이어
도마 위에 칼은 엄마의 기쁨이었다

살아있는 목숨
굶주린 뱃속에 들어가
빗물은 땀 되어 흙을 적시고

솔 향기 번지던 언덕에
고층건물들 빽빽이 들어서서
밤에도 불 밝은 마을
하늘과 땅 사이에
엄마와 아이들만 가득하다

젖꼭지 물고 잠든 아기 꿈꾸는 동안
문밖에는 싸우는 비명 소리
방안에는 황홀한 앓는 소리
끼니마다 도마 위에 칼춤 소리

먹거리 앗아간 온갖 무기들
벌거숭이 땅끝 꽃불연기에 사라져도
눈물 가득해진 어머니의 눈
도마 위에 칼날은 새벽부터 번뜩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