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금 향기

가야금 향기
최용완 07.01.08

열두 줄을 몸통에 쥐어 당긴 속 빈 오동나무
색동저고리 치맛자락 무릎에 머리 고이고
카네기홀 무대 위에 비스듬히 드러누워
소리를 기다리는 뭇 얼굴들을 능청스레 외면한다

떨림은 멀리 떠난 옛 고향 드러난 몸빛
머리 위에 어둠을 뚫고 내리는 조명 따라
오묘한 화음은 거꾸로 줄을 타고 오른다

아리아리 흔들리는 줄 사뿐사뿐 버선발이 춤을 춘다
바다 건너온 가락가락 옷깃 여민 가슴에 파고들어
비웠던 나무 절구통 할머니의 떡방아소리
할아버지 곰방대 두들기던 돌화로 이글이글 불꽃 지핀다

낯선 만리타향 차가운 밀물 하루하루 몰려오는데
멈춰버린 숨소리 핏줄 살아 튕겨나는 가락
들내버린 뒤란 찔레꽃 꽃대궁 물이 차오른다

잠드는 맨해튼 밤하늘에 내려긋는 꼬리별 소리 자락
살며시 저고리 고름 풀려서 널뛰는 속 가슴
휘청거리는 고향의 넋을 끌어안고 밤이 뒹군다